강동구 가족센터_상담후기 (1~3회차 내용/ 무료상담)
주위에 우리 부부처럼 뜨겁게 부부 싸움을 한 부부가 있을까?
정말 불타는(?) 2년 반의 결혼생활을 보냈다.
요 근래 싸우는 빈도도 줄고,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한창 싸우던 몇 개월 전 이거 정말 큰 문제다 생각해서
부부상담을 예약해 놓았다. 이름을 올리고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약 6개월 정도 걸린 듯...?) 우리 차례가 되어 상담을 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선생님은 76세의 인자하신 여자 선생님이다.
서울대를 졸업하시고, 심리상담 박사과정을 거치셨다고...
첫 시간엔 본인의 이력과 상담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남편은 처음엔 혼자만 하라며 별 관심 없게 굴더니
선생님의 능숙한 상담 진행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며 내가 배운 것들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보려고 한다.
선생님께서 상담기법 중 '보헨 가계도'라는 방법으로 상담을 진행하신다고 하셨다.
상담 기법 중 하나라고 설명하시면서 취조하듯이 물어볼 수 있다고 미리 말씀하셨다.
우리 부부의 나이, 직업, 학력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나이, 직업, 학력, 성격, 부부와의 관계 등
형제의 전공, 나의 결혼 여부 등등 아주 자세히 물어보시곤 가계도 같은 표를 금세 작성하셨다.
그리곤 상담 주제를 정하자고 하셨다. 남편의 '소통하기'를 목표로 삼았고
나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기'를 목표로 잡고 첫 번째 상담이 종료되었다.
두 번째 상담에선 우리 부부의 문제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남편이 나에게 공주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호소했다.
결혼 전엔 남편이 너무 좋아서 남편이 제가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보이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우리 남편은 나를 한없이 위해주고
희생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남편이 야근을 하면 데리러 왔으면 좋겠고,
먼 거리에 약속이 있다면 나를 데려다주길 바랬다. 물론 오더를 넣으면
해줬지만, 남편의 태도는 하기 싫은 심부름을 하는 사람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아빠 이야기를 하게 됐다. 무뚝뚝한 나의 아빠, 어릴 적 나는 친구 아빠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고 문화충격에 빠졌다.
아빠는 무섭고, 엄마는 다정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친구 집에 전화를 걸면 "공주님 전화 왔어요" 하면서 친구를 부르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천안으로 대학을 가서는 매번 기숙사에 짐을 싦어다주는 친구 부모님을 보면서 또 부러웠다.
나는 아빠에게 조르고 졸라야... 어쩌다 한번 다음엔 택배로 보내라는 잔소리와 함께
짐을 옮겨주시곤 하셨다. 나에게 선생님은 어렸을 적 다정한 아빠를 가진 친구를 참 부러워
하면서 큰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빠와 남편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아빠에게 받지 못한 사랑이
남편에게 옮겨갔다고 말하셨다. "강동댁 씨 남편은 아빠가 아닙니다. 동일시하지 마세요."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남편에겐 참 독립적으로 자란 것 같은데 맞냐고 물어보셨다.
상담을 하면서 남편의 입장은 처음 들어보게 되었는데.. 신선했다.
남편은 큰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와이프를 데리러 갔었지만 (비가 오거나, 몸이 안 좋거나)
본인 입장에선 데리러 가는 시간, 데리고 오는 시간이 효율적이지 못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참고로 남편 estj 로봇 인간)
내가 진정으로 본인을 생각한다면 퇴근해서 집에 있는 남편을 쉬게 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 시간에 휴식이나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싫었던 건 사실이라고
그렇지만 나와 싸우면서, 결혼생활은 효율만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후
지금은 잘? 데리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얼마 전 시험관 이식 후 남편의 태도 또한 선생님이 일렀다. ㅋㅋㅋ
이식하고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 심부름을 시키면 귀찮아하고 싫어한다고ㅋㅋㅋㅋ
갑자기 선생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시험관 그거 정말 힘든 건데.. 남편분 그거 아세요?"
하더니 남편을 엄청 혼쭐내기 시작하셨다. 🥲
가족, 친구들 아무도 몰라주는 시험관을 (안 해봤으니 모를 수밖에 없지만...)
참 힘든 일이다.라고 말씀해주시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강동댁 씨는 공주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지금은 비 맞은 병든 병아리니, 잘 돌봐주라고...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첫 설루션을 내려줬다.
남편은 아내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항상 물어봐주기 (남편은 태생적으로 센스 있는 사람이 아님으로..😇)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나는 마치 문제처럼 원하는것을 돌려 말하지 않도록)
일주일 동안 한번 그렇게 살아보세요! 하고 두 번째 상담이 종료되었다.
일주일 후 남편이 급한 볼일 이 있어, 나 홀로 세 번째 상담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먼저 시험관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인생을 연극으로 비유하기 시작하셨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라는 물음 시작으로 인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은 나 본인 강동댁이며,
남편도,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그리고 아기도 조연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내 연극도 조명이 어두워지고 막이 내려진다고...
우리는 아기가 와서 행복한 점만을 생각하지만, 자식이 있음으로써 불행해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내 아기가 나를 때리고 못살게 군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아기가 오면 잘 왔구나 행복하면 되는 일이고,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하면 된다고
위로해주셨다. 사실 선생님의 상담을 들을땐 법륜스님이 난임 환자에게 했던 고민과
아주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아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선생님의 상담을 곱씹을수록... 더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가끔 불같이 화내는 내 성격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선생님이 나에게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ㅋㅋㅋㅋㅋㅋ 칭찬을 하셨다.
귀엽고 순수한 면이 있지만 반면 아이 같은 모습도 있다고...
나에게 어른이라 함은 본인의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시며
화는 날 수 있다. 그러나 소리는 지르지 않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것이 어른이라며.
선생님의 상담 때문일까? 상수리나무 때문일까? (요새 빠진.. 웹소설😊)
갑자기 난임 카페를 들어가도 재미가 없고, 매달 초조했던 시험관 시술에 대한 생각도 좀 느긋해졌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 너무 당연하지만 잘 안됐던...
내 연극에서 엄마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엄마가 되고 싶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전쟁이나 환경오염도 무섭고... 한해한해 먹는 나이도 부담스러워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인 면 또한... 감당할 수 있을지,( 물론 한명의 아이라도 하늘이
허락해준다면... 감사히 받을 것이다. *한명의 아이당 5~7억의 돈이 든다고 한다 허허)
연극에서 엄마 역할을 못하더라도 좀 슬프긴 하겠지만 뭐 도리가 없다.
하늘이 아기를 주지 않는다면 뭐 받아들여야지... 담담하게 글을 써보지만 아마 무척 괴롭겠지
며칠 전 회사에서 해외 출장자를 정했다. 시험관 시술 스케줄이 신경 쓰였지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아기 때문에 임산부처럼 살고 싶진 않았다.
몇 주 전에 나였음 출장에 간다고 하지 않았겠지.🤔 (덕분에 쉬어가는 시험관 💉)
여하튼 기대 없이 받은 강동구 가족상담... 정말 힐링이다.
가계도 상담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나와 같이 상담을 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가족들 얘기도 많이 해주신다. 점쟁이보다 더 점쟁이 같은... 선생님..👍)
매주 목요일... 나의 힐링 시간, 다음번엔 불안에 대해서 여쭤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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